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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폴 해기스
출연 : 토미 리 존스(행크 디어필드 역), 샤를리즈 테론(에밀리 샌더스 역), 수잔 서랜든(조안 디어필드 역), 제이슨 패트릭(커크랜더 역), 제임스 프랭코(댄 카넬리 역) 
요약정보 : 범죄, 드라마 | 미국 | 120 분 | 개봉 2009-12-10 |
제작/배급 : 인터비스(수입)





토미 리 존스, 샤를리즈 테론, 수잔 서랜든...
출연진 만으로도 '이 영화 뭐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
'엘라의 계곡' 이다.

대부분 영화를 볼 때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사전 지식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대충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관람한다.
그런데 '엘라의 계곡'에 대해서는 아무런 선지식이 없었다.
영화에 대해 흡족해 하는 리뷰어들의 평점을 보긴 했지만 그 내용은 읽어 보지 않았고... 또 예고편도 보지 못했다.
하다못해 카달로그 조차 못봤으니...거의 전무한 정보 가운데 '엘라의 계곡'을 보게 되었다.
(사실 '엘라의 계곡'은 보지 않으려다가 보게된 영화이다.)

어째든 '엘라의 계곡'은 영화를 보기 전 제목과 포스터를 통한 아주 짧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다.
덕분에 얼떨결에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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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후유증...

'엘라의 계곡'전쟁의 후유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핏 얼핏 살인 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퇴역 장교가 나오는 스릴러 물이라고 들었었는데...
그 이야기가 없진 않지만 그것은 이야기의 흐름일 뿐 결국 영화는 전쟁 후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퇴역 하사관(많은 분들이 퇴역 장교라고 하시던데 분명히 주인공의 전역시 계급은 상사이다. 그럼... 장교가 아니라 하사관이다.)  행크 디어필드(토미 리 존슨 분)의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좀 답답했다.
그 이유는...
영화 속에서 표현되어진 그의 몸에 베어버린 군인으로써의 모습 때문이었다.
꺼꾸로 걸린 국기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아들을 찾으러 가는 길임에도 말이다.) 침대 시트를 각잡아 정리하는 모습, 바지의 줄을 칼같이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숨이 턱 막혀왔다.

나의 아버지가...하사관 출신이다.
그것도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계급인 상사로 제대를 하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터무니없이 규모있는 일상에 항상 답답해 하고 숨 막혀 했었다.
날마다 똑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 같은 시간에 자고...
정리하고 치우고... 잔소리 잔소리...
가족 중에 군인이 있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직업 군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쪼잔함...(요즘 직업 군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하사관 이상의 직업 군인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쪼잔함이 있다.
나 역시...이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데에 너무나 긴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세상 그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한다.)

나는 지금 서울에 살고 있고 아버지는 부산에 계신다.
작년 내가 이사를 하고 아버지께서 어떻게 사는지 보려고 서울에 오신적이 있다.
나는 정말 오래간만에 아버지를 모시고 부자 둘이서 영화를 보려고 일부러 하루 시간을 냈었다.
근데...이 영감님 하시는 말씀...
국립묘지 가잖다.(국립현충원을 우리 아버지는 아직도 이렇게 부르신다.)
아니...아들이 모처럼 시간을 냈는데 거길 왜 가자는 건가요???
이런 이런... 이승만...박정희...이 사람들 묘지에 가보고 싶단다.
아들은 그들을 민주주의의 원흉이라고 생각하는데...아버지는 여전히 그들을 존경한다.
이거야 원...
(어째든 국립현충원에 갔다. 아버지 원하는 것을 해드려야지 뭐...)

잡설이 길었는데...
행크의 모습에서 그런 나의 아버지 모습을 본 것이다.
그래서 답답했다.

영화 속에서도 결국 아들은 전쟁에 의해, 그 후유증을 견디지 못해 참변을 당한 것인데...
그것이 정확하게 밝혀지기까지 퇴역 하사관, 아버지 행크는 자신의 국가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못한다.
예전에 아버지를 보면서 들었던 마음이 행크에게도 똑같이 들었다.
영화 속의 행크가... 참 불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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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의 계곡...

행크가 에밀리(샤를리즈 테론 분)의 아들을 재우기 위해 침대에서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 속에 '엘라의 계곡'이 등장한다.
그 이야기는 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며 그들이 맞짱을 벌인 장소가 엘라의 계곡이다.
그러니깐 엘라의 계곡은... 한마디로 전쟁터이다.

나는 인간이 저지를 수 이는 최고의 죄악이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가 됐다하더라도...전쟁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전쟁에서 승리자가 있을 수 있는가?
나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가 죽고 내가 살았다고해서 내가 이겼다고 말할 수 있는가?
결국은 나의 영혼 역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오늘 날의 전쟁은...
거룩한 이유를 내세워 그 당위성을 얘기하지만...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힘으로 무엇인가를 빼으려는 힘있는 자들의 폭력일 뿐이다.
어떤 말을 한다 할찌라도 그들이 일으킨 죄악을 정당화 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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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우릴 구해주세요...

'엘라의 계곡'에서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부분 행크가 아들이 죽기 전 소포로 보낸 성조기를 뒤집어서 꺼꾸로 게양하는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통해 알게된 사실인데 국기를 뒤집어서 게양하는 것은 <국제 조난 신호>라고 한다. 
'정말 많은 문제가 있으니 우릴 좀 구해주세요...' 라는 말이란다.

이 영화에 메시지는 바로 이거다.
'미국이란 나라... 이 나라 정말 많은 문제가 있으니 제발 좀 구해 주세요...'
누가 빨리 그 넘의 나라 좀 구해주길 바란다.


덧.

영화를 보면서...
1992년에 개봉되었던 한국 영화 '하얀 전쟁'이 생각났다.
안성기, 이경영 주연인 이 영화는 베남전 이후에 있었던 한국 참전 용사들의 전쟁 후유증을 다루고 있다.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결국 전쟁은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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