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누리 픽쳐스, All Right Reserved


 

 

감독 : 존 힐코트
출연 : 비고 모르텐슨(남자 역), 샤를리즈 테론(여자 역), 가이 피어스(베테랑 역), 로버트 듀발(노인 역), 코디 스미스 맥피(소년 역) 
요약정보 : 스릴러, SF, 드라마 | 미국 | 111 분 | 개봉 2010-01-07 |
제작/배급 : SK텔레콤㈜(배급), (주)누리 픽쳐스(수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코맥 맥카시에게 퓰리처 상을 안겨준 '더 로드'가 동명의 영화로 제작, 상영중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면서 영화가 상당히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보고나서 시간이 좀 지나서야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게됐었는데 이번 '더 로드'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비고 모르텐슨, 샤를리즈 테론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의 등장은 그러한 마음을 더하게 한다.

소설 '더 로드'는 원작자인 코맥 맥카시에게 퓰리처상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성경 이후 최고의 베스트 셀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받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소개되고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작품성으로나 상업성으로나 성공한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것에는 부담이 뒤따른다.
잘해도 본전이고 잘못하면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한다.

영화 '더 로드'는 리뷰어들에게 꽤 괜찮은 평을 받고 있다.
과연 나에게는 어떨지...
떨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주)누리 픽쳐스, All Right Reserved



많은 이야기가 있는 영화...

내가 본 '더 로드'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것은 실제 줄거리가 많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의 스토리는 아주 간단하다.
(무슨 이유인지 확실하지 않지만...)세상은 종말에 가까운 모습으로 폐허가 되어버렸다.
그 속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생존을 위해 남쪽으로 걸어서 여행(?)한다.
그 과정 속에서 겪게되는 몇가지 에피소드가 이 영화의 전부이다.

내가 이야기가 많다고 표현한 것은 '더 로드'에는 영화적 이야기,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다는 말이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더 로드'의 영화적 장르를 스릴러, SF, 드라마로 구분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나는 포털에서 말하는 영화 장르를 신뢰하지 않는다.)

'더 로드'는 재난으로 인해 변해버린 세상 속에서 그에 맞게 역시 잔인하게 변해버린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를 스릴러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주)누리 픽쳐스, All Right Reserved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

'더 로드'에는 주인공인 두 부자가 끝까지 지키려는 것 두가지가 등장한다.
그 하나는 아버지(비고 모르텐슨 분)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것, 바로 아들(코디 스미스 맥피 분)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재앙으로 지구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곳곳에서 지진과 화재가 발생하고 산의 나무는 쓰러진다.
세상의 모든 자연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그로인해 사람들의 먹을거리도 줄어들면서 인간은 한계에 부딪힌다.
배고픔...
본능을 채우지 못한 이 고통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만들고 급기야 서로를...사람이 사람을 사냥하는 악마로 만들어 버린다.

아버지는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아들만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들을 괴롭게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죽일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서 나는 비장한 의무감마져 느끼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더 로드'는 나에게 가족애를 나타내는 패밀리 무비로 받아드려졌다.

또 하나 지키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위에 언급했듯... 배고픔이라는 원초적 고통은 인간을 더 이상 인간일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생각하고 고민하고...무엇보다 사랑이라는 최고의 마음을 가진 만물의 영장이 그 모든 것을 포기한채 한마리의 짐승으로 전락해 버린다.
그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자신이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쓴다.

만약 아버지 혼자였다면...그 역시 다른이들 처럼 더 이상 인간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며 바라보는 사랑스런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이 아버지에게 질문한다.

"우린...누구도 먹지 않을 거예요...그렇죠?"
"물론 아니지..."
"왜냐하면... 우린 좋은 사람들이니까..."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의 무서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때로는 목숨을 버려서라도 지켜야 할 무언가를 가진 사람의 커다란 의지는 그것을 뛰어 넘는다.

나는...
내 목숨을 바쳐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


ⓒ(주)누리 픽쳐스, All Right Reserved



희망...

'더 로드'의 마지막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을 지켜주던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린아들은 혼자가 된다.
이젠 이 미쳐버린 세상에서 아무도 의지 할 수 없다.
언젠가는 자신도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식량이 되어 버릴 것이다.

하지만...
'더 로드'는 어린 아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알게한다.
아버지와 함께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사실... 스스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지키려는 사람들이 아버지와 아들 말고도 세상에는 또 있었다.
그리고 아들은 그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세상은 미쳐버렸고...엉망이된 가치관...무너져버린 도덕...사라져버린 사랑...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인식하고 바로 잡아가려는 사람들은 항상있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인식하고 고치려고 하고 있다.
결코...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래서... 아직은 이 세상에 희망이 있다.
그 희망이...아들이 전달해야할 마음 속의 불씨이다.


ⓒ(주)누리 픽쳐스, All Right Reserved



아들과 함께 마시는...콜라...

개인적으로 '더 로드'에서 봤던 최고의 명장면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콜라를 마시는 장면이다.
아들은 재난 이후의 세대이다.
그래서 이전의 생활 문화를 모른채 자랐다.
아버지와 아들은 여행도중 우연찮게 자판기에 남아있는 콜라 한캔을 얻게 된다.
(먼지가 잔뜩묻어있어서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빨간색인 것으로 보아 코카콜라 인것 같다.)
아버지는 그것을 따서 아들에게 마시라고 한다.
아들은 처음 맛보는 콜라에 놀라워하고 입속에 가득한 거품을 신기해 한다.
아버지는 그것이 콜라임을 말해주면서 아들의 즐거움에 덩달아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결국...
아들은 아버지에게(때론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아들이 태어나기 이전, 과거의 세상에 대해서...
지금 살아가는 현재의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할 미래의 세상에 대해서...


'더 로드'는...

한 편의 영화이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하게하는 영화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말고도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리 속을 맴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나타나는 비주얼을 가지고 '더 로드'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눈에 보여지는 것 보다는 머리 속에서 생각되어지는 많은 것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우울하지만...
아들을 데리고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아들에게 아버지의 목숨을 걸고 너를 지켜주고 싶다고 고백해 보는 것은 어떨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