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브롬캠프는 올해 10월에 개봉되었던 발칙한 SF 영화, '디스트릭트9'의 감독이다.
'반지의 제왕''킹콩'의 감독, 피터 잭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몇 분되지도 않았던 모큐멘터리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를 가지고 세계가 놀란 영화, '디스트릭트9'을 선보였다.
그는 그 한 편의 영화로 헐리웃의 신데렐라로 등극한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벌써 2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고 닐 브롬캠프는 제2의 피터 잭슨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사진 : 닐 브롬캠프, 출처 : Daum 이미지 검색>

그런데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치는 영화 한 편이 제작되려하고 있다.
한 우루과이 청년이 한화로 약 60만원 정도를 들여 제작한 4분 48초 짜리 짧은 SF 동영상을 지난 11월 유튜브에 올렸다.
그것을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감독, 샘 레이미가 보고서 3000만 달러 규모의 제작비 지원을 약속하며 장편 영화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디스트릭트9'의 제작비 역시 3000만 달러 규모라고 한다.)
이 행운의 청년은 페데 알바레즈라는 이름의 사내이며 그가 올린 동영상의 제목은 '패닉 어택' 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독보이는 짧은 동영상, 그것을 만든 기발한 아이디어의 젊은 감독,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헐리웃의 거장 감독.
많은 부분에서 닐 브롬캠프와 페데 알바레즈는 닮아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 비슷한 과정 속에서 페데 알바레즈 역시 그에게 주어진 천운과도 같은 이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수 있을 것인가 이다.

닐 브로캠프가 주목되어지는 짧은 동영상으로 장편을 만들게 되는 행운을 잡았는데...
정작 그 영화가 시원치 않았다면 그는 잠시 잠깐의 화제꺼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그의 첫 영화, '디스트릭트9'을 너무 멋지게 만들어 냈다.

페데 알바레즈는 어떠할까??
아직 그의 이력을 알 수 없으니(그의 정보는 짧은 동영상, '패닉 어택'이 전부이다.) 뭐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비슷한 이력을 가진 한 젊은 감독의 멋진 영화에 사로잡혀 기쁨을 느낀지가 얼마지나지 않아 또 유사 사례가 보여짐으로 마음 속에서는 은근한 기대가 일어난다.
'디스트릭트9'과 같은 발칙하고 흥분되는 또 한 편의 영화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루 빨리 페데 알바레즈가 만든 장편의 '패닉 어택'을 만나보고 싶다.




<닐 브롬캠프 감독의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패닉 어택'>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All Right Reserved


감독 : 닐 브롬캠프
출연 : 샬토 코플리(위쿠스 역), 윌리엄 앨런 영(더크 마이클스 역), 로버트 홉스(로스 피엔나르 역), 케네스 코시(토마스 역),
제이슨 코프(크리스토퍼 역)
요약정보
: SF | 미국 | 112 분 | 개봉 2009-10-15 |
제작/배급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배급),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수입)




어느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상공에 거대한 외계 우주선이 불시착한다.

그 이유를 알수 없으나 오랜 우주의 방황 때문인지 우주선 속의 외계인들은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지구는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인근에 그들만의 수용구역을 만들어준다.
그로부터 20여년간 지구인과 외계 생물체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피터 잭슨이 제작하고 닐 브롬캠프가 감독한 '디스트릭트9'(이하 디스9)의 이야기다.

며칠 전의 포스팅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디스9'은 올 후반부 최대의 기대작으로 꼽을 수 있다.
후반기 들어서 제대로 된 SF물이 없는 탓도 있지만 선 개봉된 미국에서의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았었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반지의 제왕''킹콩'을 감독한 피터 잭슨이 자신의 주머니를 열어 제작을  담당했다는 사실도 기대의 한 몫을 한다.
영화계의 언론에서도 '디스9'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디스9'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때문에 하루 시간을 더 기다리지 못하고 심야 영화로 '디스9'을 관람하고 방금 전에 집으로 돌아왔다.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All Right Reserved

독특한 SF...

'디스9'은...
최근에 필자가 봤던 SF 영화 중에 가장 뛰어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근 몇 년 간 만들어졌던 외계인 소재의 그것 중에서 가장 독특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 산업이 오래되다 보니 소재도 줄거리도 이제는 거의 고갈에 가까운 실정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면 이전의 다른 영화들이 계속해서 오버랩되고 그것이 신경에 거슬릴 때가 자주 있다.
그래서 인지 요즘은 줄거리 보다도 배우의 연기나 영상, 음악과 음향, 표현 방식 등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감상하게 된다.

만들어지는 영화들도 타 매체(소설 혹은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이미 소개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다거나 이미 성공을 거둔 영화의 속편을 제작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예전에 개봉되어 좋은 평을 받은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요즘은 영화 속 이야기에서 독특함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이런 중에 보여진 '디스9'의 이야기는 상당한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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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숙한 외계인...

지구에서 벌어지는 외계인과의 동거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으로 다뤄진 것은 아니다.
1997년과 2002년에 각각 1, 2편이 만들어 졌던 윌 스미스 주연의 '맨 인 블랙'에서 우리는 벌써 지구 곳곳에 숨어있는 외계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TV시리즈 물에서도 1983년에 방송되었다가 최근 다시 리메이크되고 있는 '브이V'를 통해 지구 밖 손님들과의 동거를 상상해 본다.
또 굳이 동거는 아니더라도 외계인이 지구를 찾아오는 영화는 수 없이 많이 만들어 졌었다.

그런데 같은 이야기지만 '디스9'은 다른 것이 있다.
언제나 놀랍도록 발달된 문명과 인간을 뛰어넘는 신체적 능력으로 위협의 존재로만 표현되어지던 외계인이 오히려 지구인들에게 핍박과 차별을 받는 애물단지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짧은 필자의 기억으로 이런 전개는 처음이다.
'디스9'에서도 외계인들은 지구인들이 부러워하는 발달된 과학 문명을 가지고 있다.
근데 이들 외계인의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설정된다.
그래서 뛰어난 무기 제작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착취하려는 지구인들에게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다.

언뜻 이해가 안가는 부분일 수도 있는데...
가끔씩 자폐아동 중에서 놀라운 피아노 솜씨나 암기력, 특정 운동에 대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그 모습만 보면 지극히 정상, 아니 천재 처럼 보이는데 막상 대화를 해보면 뭔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스9'에서 그려진 외계인의 모습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째든 벌레와 같은 흉측한 외모를 가진 외계인이지만 지구인 보다 뛰어난 여러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부당한 핍박을 받는 외계인의 모습은 불쌍하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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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한 이야기...

'디스9'이 이런 류의 타 영화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영화의 주무대가 미국의 LA나 뉴욕, 워싱턴이 아닌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남아프리가공화국 요하네스버그라는 것이다.
전세계에 외계인의 우주선이 날아들어 지구를 위협하는 설정은 자주 있지만 어째든 거의 모든 영화에서 진행되어지는 이야기의 주된 곳은 미국이다.
근데 '디스9'에서는 거대한 우주선 딱 한대만이 남아공 상공에 나타난다.

감독이 어떠한 의도로 장소적인 배경을 남아공으로 선택했는지는 정확하게 알수 없다.
그런데 필자에게 들었던 생각은...
아무래도 남아공이 세계에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지역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외계인들은 발달된 문명과 뛰어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구인들에게 많은 핍박과 차별을 당한다.
하나의 인격체로써 생각되어지지 않고 거의 짐승이나 벌레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경계의 대상이며 그들이 살고 있는 디스트릭트는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진다.
외계인들을 비하하여 지구인들은 '프런'(쓰레기더미의 최종 포식자)이란 말을 사용한다.
또 수용지역을 만들어 일정의 공간을 내어주지만 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법과 폭력을 수반하여 점차 낙후된 곳으로 이주시켜 버린다.

'디스9'의 이야기는 외계인들을 다른 수용지역으로 강제 이동시키려는 데에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 이동이 끝난다.
그런데 그곳의 이름이 디스트릭트 10 이다.

어째든 이것은...
세계의 과거 역사 속에서 벌어졌던 여러가지 인종 차별, 민족 차별, 나라 차별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런데 감독은 이 역사를 과거의 것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되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임을 말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넬슨 만델라가 흑인 최초의 남아공 대통령이 되었고 미국에서도 버락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오바마는 2009년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까지 선정이 된다.) 아직까지 세상은 차별과 그로인한 분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차별 받은 자는 자기가 받아던 것보다 더욱 심하게 또 다른 누군가를 차별한다.
과거나 현재나 똑같은 모습이다.
'디스9'에서 나타난 외계인은 부당하게 차별당하는 우리 이웃의 누군가를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All Right Reserved


페이크 다큐멘터리...

'디스9'의 독특함은 영상의 진행에서도 나타난다.
'디스9'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큐멘타리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어느 방송국의 리포터가 방송을 위해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모든 사건을 실시간으로 따라다니며 취재하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런 형식을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 하는데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하는 동시에 극에 대한 긴박감을 주는데에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화면의 떨림도 있고 오히려 깨끗하지 못한 영상도 보인다.
카메라의 시점도 여러 관점으로 바뀌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한순간도 긴장을 풀수가 없었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에 아주 좋은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눈이 좀 피곤하기도 하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화면과 옮겨지는 시점이 괜히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벌레모양으로 표현된 외계인 덕분에 조금은 지저분한 영상이 나오는데(이건 비하의 뜻이 아니다) 얌전한 여성들은 적응하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의 2시간에 가까운 런닝타임인데 중간 중간 눈과 마음이 쉴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듯 하다.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All Right Reserved


닐 브롬 캠프의 발칙한 상상...

어찌되었든지 결론은...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디스9'은 올 최고의 SF 영화이며 외계인을 가장 독특하게 잘 표현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스토리 뿐아니라 CG에 있어서도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들어보지도 못한 배우들이었지만 그들의 연기는 필자가 알고 있는 유명 배우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특별히 조금의 잔인한 영상에도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주저말고 '디스9'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물론 이 영화는 19금이다. 그러니깐 애들은 저리 가고...^^;;)

닐 브롬캠프 감독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디스9'은 그에게 첫 장편 영화이다.
피터 잭슨의 힘을 빌었다고는 하지만 어째든 그는 첫 작품을 너무 잘 만들어 버렸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때는 감독 스스로도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클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정도의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면 다음 작품 또한 그리 헐렁한 영화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지 않겠는가.

'디스9'을 통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새로움을 보여준 닐 브롬캠프.
또 한명의 거장 감독의 탄생을 축하하며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에서도 그 독특함과 기발함을 아낌없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덧붙임...

영화 마지막에서 결국 탈출에 성공한 외계인이 자신을 도와준 위쿠스(샬토 코플리 분)에게 3년 뒤 돌아올 것을 약속한다.

이건...속편의 암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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