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읽기 - 6점
랄프 비너 지음, 최흥주 옮김/시아출판사


<위드블로그 리뷰어 선정>

철학에 관한 책은 언제 읽어도 어려운 것 같다.
기록되어진 단어도 어렵고 설명을 이해하기도 그리 녹록치 않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나름의 재미를 준다.
일반 소설이나 수필, 기타 산문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 사상의 세계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글임에도 자꾸만 눈이 가게 만든다.

위드블로그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한 편의 철학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오늘 이야기할 '유쾌하고 독한 쇼펜하우어의 철학 읽기'가 그것이다.
(제목 참 길다...ㅡㅡ;;)


쇼펜하우어는...

쇼펜 하우어는 19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독일의 철학자 이다.
모두 잘 아시겠지만 그는 인간의 삶을 불행한 것으로 보는 염세주의 철학의 대표적인 사람이다.
때문에 헤겔관념론과는 대립의 각을 세웠었고 프로이드심리학실존주의 철학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실제 책 안에서는 헤겔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쇼펜하우어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쇼펜하우어의 재발견...

책의 표지 앞장에는 이러한 질문이 제시된다.

'염세 사상의 대표자로 불리는 쇼펜하우어, 그는 진정 비관주의자였을까?...'

지은이의 서문에서도 밝혀져 있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쇼펜하우어의 모습과는 다른 그를 얘기하려 하고 있다.
말그대로 쇼펜하우어의 재발견인 것이다.

인생 비관주의자로써 왠지 모를 엄숙과 정색, 어둠과 무거움이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인 쇼펜하우어의 이미지이다.
그런데 책은 유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그의 모습을 많이 나타낸다.
역자 후기에도 기록되었지만 이 책은 쇼펜하우어의 논문, 편지 등에서 발췌한 인용문들을 모아 놓은 일종의 편람이다.
그중에서 특별히 위트가 있는 글들을 모아서 질의와 답변식으로 구성해 놓았다.
그래서 인지 일단 읽기에는 그리 어려움이 없다.
내용을 이해하기에도 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유쾌하고 독한...

책을 읽고 있으면 쇼펜하우어가 실제로 참 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내 알 수가 있다.
기록되어져 있는 비판의 언어들은 그가 얼마나 거침 없고 솔직한지를 여지 없이 보여준다.
놀라운 것은...
그의 비판의 대상은 철학 사상에 국한 되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학과 언어는 물론 음악과 미술, 건축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에 대해 언급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 비판이라는 것이 어설픈 비판이 아니라 상당한 수준에서의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옛 사상가들은 여러 분야에서 적잖은 전문성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놀라운 모습이다.

어째든 책의 제목과 같이 그의 비판은 꽤나 독하다.
번역되어진 글이 이 정도라면... 원어는 아마 더 심하지 않을까?
그리고 유머도 있다.
그런데...그 유머라는게 웃기기는 한데 제목 처럼 유쾌하지는 않다.
본인의 입장이나 쇼펜하우어를 지지하는 이들의 관점에서는 시원하고 유쾌한 독설이 될지 모르겠으나...
반대 입장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기분 나쁜 비꼬임으로 들려질 것 같은 말들이다.
그리고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유머스럽긴 하지만 유쾌한 유머는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블랙코미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시되어지는 주장에서도 상당 부분 수긍이 가고 고개가 끄득여 졌지만...
그만큼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의 주장도 있었다.
특히 언어에 대한 그의 주장은(그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정확하게 알 수 없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라틴어에 집착하는 그의 주장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 노인의 불필요한 똥고집으로까지 비춰진다.

어째든 수많은 적들을 스스로 만들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사상에 대한 확신이 대단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낙관주의자 쇼펜하우어???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 부분에서 였다.
이 책의 소개에서 보면 쇼펜하우어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염세주의나 비관주의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칸트나 다른 철학자들 보다도 더 낙관주의적 사상이 강한 사람이 쇼펜하우어라고 소개되어졌다.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이야기...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의 나의 생각은...
쇼펜하우어는...아주 정확하게 비관주의자라는 것이다.
그에게 유머가 있었던 것도 사실인 것 같고 유쾌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인간 비관주의자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단지...그의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모습 때문에 그의 기본 사상을 다르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책 속에서도 쇼펜하우어는 계속해서 인간의 무지와 모자람, 한계를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들정도로 사회 계층을 나누고 있으며 자신은 특별한 계층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은연중에 나타낸다.
그는...변함 없는 염세주의 철학자이다.


이 책은...

책의 소개 처럼 낙관주의자인 쇼펜하우어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그다지 만족을 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다소 무겁게만 느껴졌던 쇼펜하우어에 대해 조금은 쉽고 가볍게 접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꽤 괜찮을 책이 될 것 같다.
또 쇼펜하우어를 처음으로 입문하는 사람에게도 개괄적인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어째든 이 책은...
어떠한 사상이나 철학을 누가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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